오늘 아침, 한화오션 주가가 22% 넘게 빠졌다. 전날 밤 캐나다가 최대 12척짜리 잠수함 사업의 상대로 한국이 아니라 독일을 골랐기 때문이다. 눈여겨볼 건 따로 있다. 한화는 값을 더 싸게 불렀고, 캐나다가 얻을 경제효과도 940억 캐나다달러로 독일보다 크게 얹었다. 그런데도 졌다. 이 장면은 뒤에서 다시 짚는다.
여기까지만 보면 “한국 조선, 방산 수출 또 좌절”이라는 익숙한 헤드라인이다. 그런데 한 걸음 물러서면 훨씬 이상한 그림이 보인다. 배를 제일 많이 만드는 나라는 중국이다. 올해 상반기 전 세계 신조선 발주의 CGT 기준 72%가 중국으로 갔고, 한국은 19%다. 그런데 돈은 한국이 번다. 조선 3사는 지금 사상 최대 실적 구간을 지난다.
배는 중국이 훨씬 많이 만드는데, 왜 돈은 한국이 벌까. 그리고 오늘 캐나다에서 진 사건은 그 답의 어디에 놓이는가. 이 글은 논평이 아니라 소거다. 위에서부터 돈이 안 고이는 칸을 지우고, 돈은 고이는데 한국이 못 쥔 칸을 지운다. 끝까지 남는 칸이 한국이 진짜로 버는 자리다.
핵심 답
- 물량이 아니라 값이다 — 중국이 배 숫자는 압도하지만(신조 72%), 한국이 따낸 배는 척당 가치가 약 2배다. 아무나 못 만드는 고부가 배로 번다.
- 진짜 무기는 특허가 아니라 실력이다 — LNG선의 핵심 특허(화물창)는 프랑스 GTT 것이다. 한국은 2025년 세계 LNG선 88%를 수주(중국 0척)하는 무결점 건조 실력과 신뢰로 번다.
- 세 칸의 “버는 성질”이 다르다 — LNG는 지금 확실히(단 3~5년 시간 창·중국 추격), FLNG는 좁게, 함정은 아직 옵션이다. NATO 벽과 미국 법에 막혀 있고, 오늘 캐나다 실주가 그 증거다.
- 시장은 셋을 다르게 값 매긴다 — 신기하게도 실적 1등 HD가 제일 싸다. 조선 3대장이라 묶여 있어도, 사는 물건은 서로 다르다.
위에서부터 지워 내려간다
먼저 “물량”이라는 착각부터 지운다. 배를 많이 지을수록 돈을 번다고 생각하기 쉽지만, 같은 한 척이라도 벌크선과 LNG 운반선은 값이 열 배 가까이 차이 난다. 몇 척 지었느냐가 아니라 뭘 지었느냐가 진짜다. 그래서 배 숫자 대신 CGT로 보면 그림이 뒤집힌다. 올해 상반기 한국이 따낸 물량은 한 척당 이 점수가 중국의 약 2배였다. 적게 짓고, 대신 비싼 걸 지었다는 뜻이다.
두 번째 필터가 이 글의 반전이다. “여기 돈이 있다”와 “그 돈을 한국이 가져간다”는 다른 얘기다. LNG 운반선이 비싼 이유는 영하 163도짜리 액체 가스를 한 방울도 안 새게 담아야 하기 때문인데, 그 탱크 내벽, 그러니까 멤브레인 화물창 설계 특허는 한국이 아니라 프랑스 GTT가 쥐고 있다. 한국이든 중국이든 LNG선 한 척 지을 때마다 배값의 5%를 로열티로 갖다 바친다. 작년 한 해에만 한국 조선 3사가 이 프랑스 회사 한 곳에 거의 1조 원을 냈고, GTT가 세계에서 받는 로열티의 90%가 한국 조선소에서 나온다. 즉 한국은 특허로 버는 게 아니다. 이 칸의 제일 값진 알맹이는 프랑스가 가져간다.
그런데 특허가 프랑스 것인데도, 그 배를 세계에서 제일 많이 짓는 건 한국이다. 2025년 전 세계에서 발주된 LNG선 16척 중 14척, 88%를 한국이 쓸어 갔다. 중국은 사상 처음으로 0척이었다. 한국의 진짜 무기는 설계도가 아니라 만드는 실력 그 자체라는 뜻이다. 이 까다로운 배를 수백 척, 하자 없이, 제 날짜에 뽑아내는 수행력과 “쟤한테 맡기면 안전하다”는 20년치 신뢰. 특허는 못 가졌어도 이건 돈 주고 못 산다. 그래서 고부가 LNG와, 삼성이 사실상 독점하는 바다 위 가스 공장 FLNG가 살아남는다. 방산 함정은 물음표를 붙인 채 남긴다.
살아남은 세 칸 — 그런데 성질이 다르다
살아남은 세 칸을 이제 깊게 판다. 기준은 하나다. 지금 버는 건 알겠는데, 계속 벌 수 있는가.
- 시장
- 오더북 400척+(선대의 약 절반). 2026년 세계 LNG선 발주의 90% 이상이 한국. 카타르 2차·미국 LNG가 뒤를 받친다.
- 경쟁
- 중국이 같은 배를 4~8% 싸게 부르며 추격. 하지만 2025년 세계 LNG선 88%를 한국이, 중국은 0척.
- 해자
- 무결점 대량 건조 실력 + 20년치 트랙레코드 + 안보 물량이 몰리는 지정학 신뢰.
- 시장
- 바다 위 가스 공장. 한 척이 20~29억 달러로 LNG 운반선의 약 10배. 시장은 2025년 256억 → 2030년 411억 달러.
- 경쟁
- 삼성이 신조의 64%(11척 중 7척). 단 더 싼 “개조” 경로는 싱가포르·중국이 별도로 챙긴다.
- 해자
- 초대형 도크 + 톱사이드 통합 + 초저온 EPC를 동시에 가진 곳이 전 세계 극소수.
- 시장
- 미 조선 예산 FY27 658억 달러(+46%), 함정 정비(MRO) 연 60~74억 달러, MASGA(대미 투자 약속) 1,500억 달러.
- 경쟁
- 가격으로 못 넘는 NATO 벽 — 캐나다(독일 TKMS)·폴란드(스웨덴 Saab) 2연패. 미국은 아예 법으로 외국 야드 전투함 건조를 막았다.
- 해자
- 필리조선소(유일한 한국계 미국 야드)·건조 속도·가격(미국의 약 1/5).
LNG는 지금 확실히 벌지만 영원하지 않다. 중국이 같은 배를 4~8% 싸게 부르며 쫓아오고, 어떤 분석은 2~3년이면 기술 격차가 사라진다고 본다. 그러니까 이 칸은 활짝 열려 있되 닫히는 중인, 길어야 3~5년짜리 시간 창이다. FLNG는 삼성이 신조의 64%를 가져가지만, 이 숫자는 ‘새로 짓는 초대형’에 한정된 얘기다. 더 싼 개조 경로는 싱가포르·중국이 따로 챙긴다. 바다 위 데이터센터도 삼성만의 것은 아니다. 삼성은 근해 50MW 실증 단계이고, HD한국조선해양도 이날 슈나이더 일렉트릭과 기술 개발 MOU를 맺으며 뛰어들었다. 다만 양쪽 다 실증·MOU 단계라 아직 실적이 아니라 미래 서사이고, 뉴스의 ‘1.5기가와트’ 같은 숫자는 미국 파트너가 부르는 목표치다.
함정 지대 — 오늘 캐나다에서 진 이유
이제 아까 미뤄 둔 장면으로 돌아온다. 한화가 더 싸게, 경제효과도 더 크게 제안했는데 캐나다가 독일을 골랐다. 가격이 문제가 아니었다.
군함은 미국 조선소에서만 짓게 하는 법(번스-톨레프슨)이 있고, 이를 더 조이는 골든 수정안이 최근 의회를 통과했다. 풀어주자는 법안은 발의만 되고 잠들어 있다. 배를 지어 수출하는 “대박”은 법이 막고 있는 셈이다.
① 미 해군 배를 고쳐주는 정비 일감(MRO) ② 미국 안에 직접 차린 조선소(필리조선소). 배 수출이 아니라 정비·현지 생산으로 좁혀진다. 국내 KDDX(7.8조)가 그나마 손에 쥔 카드.
실적이 깨진 게 아니다. 캐나다는 계약해도 매출이 2029년에나 잡히는 먼 얘기였다. 빠진 건 얹혀 있던 “기대 웃돈”. 이제 한화오션은 기대가 아니라 계약서를 요구받기 시작했다.
핵심은 이렇다. NATO라는 군사 동맹 안에서 잠수함을 산다는 건 부품·훈련·정비를 다 같이 쓰고, 유럽 방산 시장에 낄 자격을 얻는다는 뜻이다. 아무리 싸게 불러도 ‘동맹 밖’ 나라는 넘기 어려운 벽이다. 미국은 한술 더 떠, 군함을 자국 조선소에서만 짓게 하는 법으로 문까지 걸어 놨다. 그러니 한화오션 주가에 얹혀 있던 ‘언젠가 서방 군함을 대량 수출한다’는 기대는, 제일 큰 티켓이 빠지자 웃돈이 되돌려진 것이다. 실적이 나빠져서가 아니라, ‘기대’로 사던 주식이 이제 ‘증명’을 요구받기 시작해서다.
그런데 바로 그 문을, 미국이 직접 두드리기 시작했다. 미 국방부와 해군이 한국 조선사에 전투함과 중형급 급유함에 대한 정보 요청(RFI)을 처음으로 공식 보냈다. 전투함에는 HD현대중공업과 한화오션이, 급유함에는 삼성중공업까지 더한 3사가 회신했다. 트럼프가 ‘군함 10척을 빠르게 지어줄 수 있나’ 물었던 그 관심이, 조달 절차로 한 발 내려온 셈이다. 다만 RFI는 시장을 재보는 첫 단계일 뿐, 발주도 계약도 아니고 그 이중 빗장(번스-톨레프슨·골든 수정안)이 풀린 것도 아니다. 그래서 이건 ‘아직 옵션’이라는 판정을 뒤집는 게 아니라, 그 옵션의 상방이 실제로 움직이기 시작했다는 신호다. 문이 열린다면, 상원안이 이미 허용 방향인 급유함(비전투함)이 전투함보다 먼저다. (연합 취재, 2026-07-08)
결국 방산의 실제 돈줄은 당분간, 서방 대형 함정 수출보다 배를 고쳐 주는 MRO와 미국 내 야드, 동남아·중동 쪽에서 먼저 채워질 것이다.
세 회사, 같은 호황 다른 베팅
지금까지가 산업의 지형이었다. 이걸 실제 종목으로 옮기면, 조선 3대장은 같은 호황을 타면서도 서로 완전히 다른 것을 판다. 하나는 지금 버는 현금을, 하나는 아직 안 온 미래를, 하나는 방산이라는 옵션을 판다.
- 현금엔진
- 상선(컨테이너→LNG·가스선) 물량 + 엔진 수직계열. 친환경 엔진 비중 65%에 데이터센터 발전엔진까지.
- 베팅
- 방산이 아니라 상선 슈퍼사이클. 3~4년치 백로그와 고선가 물량이 마진을 떠받친다.
- 리스크
- 지주회사라 사업회사 HD현대중공업(329180)의 절반 이하 멀티플 — 지주 디스카운트가 극심. 방산은 KDDX·캐나다 연패.
- 현금엔진
- 바다 위 가스 공장(FLNG)·해양플랜트. 수주잔고의 절반이 LNG선, 해양 목표가 상선보다 큰 유일한 회사.
- 베팅
- FLNG 독점을 부유식 데이터센터로 확장. 셋 중 가장 뾰족하게 특화된 베팅.
- 리스크
- 실적 체력은 3사 꼴찌(OPM 9.4%). 미래(FLNG·데이터센터)가 이미 값에 상당 부분 반영. 데이터센터는 아직 실증 단계.
- 현금엔진
- LNG선 중심 상선이 이익을 견인(1Q 상선 영업이익률 약 18%).
- 베팅
- 필리조선소·미 해군 MRO·잠수함이라는 조선 밖 재평가 옵션. 국내 KDDX(7.8조)를 쥠.
- 리스크
- 프리미엄이 옵션이라 수주전 하나에 크게 흔들린다(오늘 −22%). 특수선은 아직 적자(1Q −208억), 차입금 급증.
HD한국조선해양은 셋 중 실적도 마진도 수주도 다 1등이다. 그런데 값은 제일 싸다. 게다가 이 종목은 지주회사라, 알맹이인 사업회사 HD현대중공업(329180)의 절반도 안 되는 멀티플에 거래된다. 상선 슈퍼사이클을 가장 싸게 사는 통로가 오히려 이 지주라는 뜻이다. 방산은 KDDX와 캐나다를 연달아 놓치며 알파가 아님이 드러났고, 진짜 힘은 상선 물량과 엔진 수직계열(데이터센터 발전엔진까지)에 있다.
삼성중공업은 정반대다. 실적 체력은 셋 중 꼴찌인데(1분기 영업이익률 9.4%) 값은 제일 비싸다. FLNG를 사실상 독점하는 ‘미래’에 값이 매겨져서다. 수주잔고의 절반이 LNG선이고, 해양 수주 목표가 상선보다 큰 유일한 회사다. 셋 중 가장 뾰족하게 특화된 베팅이고, 연간 영업이익 1조는 2010~12년 이후 처음 넘본다.
한화오션은 LNG선 중심 상선이 현금을 벌고, 함정·방산이 프리미엄을 만든다. 문제는 그 프리미엄이 ‘옵션’이라는 것이다. 오늘 아침 −22%가 보여줬듯 수주전 결과 하나에 크게 흔들린다. 특수선은 아직 적자(1분기 −208억)이고 외국인 비중은 셋 중 최저(10%)다. KDDX(7.8조)라는 국내 앵커는 쥐었지만, 지금의 밸류를 정당화하려면 남은 방산 티켓을 실제 계약으로 바꿔야 한다.
시장은 왜 실적 1등을 제일 싸게 매기나
마지막으로 시장의 값매김을 본다. 세 회사는 같은 호황을 타는데, 붙은 가격은 정반대로 배열돼 있다.
실적·마진 1위인 HD가 제일 싸고(PER 10배), 실적 꼴찌 삼성이 제일 비싸다(36배). 순위가 정확히 뒤집혀 있다. 시장이 HD는 “지금 버는 현금”으로, 삼성·한화는 “아직 안 온 미래·옵션”으로 값 매기기 때문이다. PER은 12개월 트레일링, 2026-07-07 기준.
실적이 제일 좋은 HD가 제일 싸고, 제일 얇은 삼성이 제일 비싸다. 시장이 HD는 ‘지금 버는 현금’으로, 삼성·한화는 ‘아직 안 온 미래와 옵션’으로 값 매기기 때문이다. 그러니까 조선 3대장이라고 묶여 있어도, 사는 건 서로 다른 세 개의 물건이다. 하나는 현금, 하나는 미래, 하나는 복권.
그래서 뭘 봐야 하나
- ‘물량’ 서사로 보지 마라. 한국은 배를 많이 팔아서 버는 게 아니라, 남들이 못 만드는 배만 골라 팔아서 번다. 중국의 점유율 숫자에 겁먹을 자리가 아니다.
- 해자에 시한이 붙어 있다. LNG는 중국이 2~3년 뒤를 쫓고, 특허 렌트는 프랑스가 가져간다. 진짜 질문은 이 시간 창이 닫히기 전에 한국이 다음 니치(암모니아선·미국 정비·차세대 친환경선)로 갈아탈 수 있는가다.
- 함정·방산은 아직 옵션이다. NATO 벽(2연패)과 미국 법이 상방을 누른다. 이 지대는 ‘수주 기대’가 아니라 ‘수주 계약서’가 나올 때 값이 재매겨진다. 오늘 −22%가 그 예고편이다.
- 셋을 같은 것으로 묶지 마라. 실적 대비 싸게 사려면 HD, 재평가 스토리에 걸려면 삼성·한화다. 다만 후자의 프리미엄은 이미 상당 부분 주가에 들어가 있다.
- 점유율·척당 CGT는 클락슨 기반 언론 집계다. 집계 기준·시점에 따라 소수점이 달라진다(한국 18.6~19%, 중국 72% 안팎).
- “LNG선 88%·중국 0척”은 2025년 특정 구간 수치다. 2026년 들어 중국 LNG선 수주가 다시 늘고 있어, 격차는 좁혀지는 중이다.
- FLNG “64%”는 신조 초대형에 한정된다. 바다 위 데이터센터는 삼성·HD 모두 실증·MOU 단계이고(HD는 2026-07-08 슈나이더 일렉트릭과 MOU), 1.5GW 같은 수치는 미국 파트너 주장이며 확정 매출이 아니다.
- 캐나다 차순위 전환은 전례가 없어 저확률로 보는 게 안전하다. 계약해도 매출 인식이 2029년 이후라 단기 실적 영향은 제한적이다.
- 밸류에이션(PER·시총)은 2026-07-07 실측(네이버)이며 시황에 따라 크게 움직인다. 화물창 로열티 수치는 GTT 공시·보도 기반이다.
- 미 국방부·해군의 전투함·급유함 RFI(2026-07-08 보도)는 정보 요청 단계다. 발주·계약이 아니고 관련 법(번스-톨레프슨·골든 수정안)을 바꾸지 않으며, 실제 물량화 여부·시점은 아직 미정이다.
관련
- 유리기판 근황 (퀘스쳔 01) — AI 패키징에서 한국이 코어 기판을 장악한 이야기. 같은 “한국이 어디서 버나” 계열.
- 삼성 파운드리 추격 (퀘스쳔 06) — 1등 경쟁이 아니라 “구조적 2번째 소스”로 프레임을 옮기는 판정.
- 개별 종목은 기업분석에서 더 깊게.